스틸 라이프(Still Life,지아 장커) - 한 폭의 정물화로 승화시킨 우리네 삶.

임권택 감독은 '영화'란 우리네 삶을 그리는 예술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은 사실 너무 광범위하다. 인물 하나하나의 표정과 성격, 그들이 사는 집, 동네, 혹은 그들의 관계와 이동거리.. 우리 모습은 너무도 다양한 각도로 접근이 가능하다. 관심이 가는 소재를 발견하고, 인물을 설정하고, 그들의 고뇌를 담고 싶고, 그들이 머무르는 배경을 담고싶다. 

  모든 게 정해졌을 때 마지막으로 현장에 들이댄 카메라가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작품의 테두리, 즉 화면의 범위다. 멋진 풍경을 뒤로한 채 광부로 사는 소시민의 눈물을 찍을 것인가. 그들의 표정을 찍을 것인가. 혹은 그들과 관계된 주변 인들까지 넓혀나갈 것이가. 지아 장커의 특이한 매력은 바로 이 순간에 빛을 발한다. 그는 모든 장면에 있어서 카메라각도를 최대한의 범위로 잡는다. 어떤 장면이든 하늘과 산과 강이 한 화면에 꽉 차도록 최대한으로 넓힌다. 

16년전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 떠나는 한 남자를 일일히 쫓아가진 않는다. 다만, 그를 포함시킨 화면만이 계속 등장할 뿐이다. 그를 쫓는 것과 그를 포함시킨 화면을 둔다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감독은 후자의 방법을 택하면서 바로 '세계'를 담으려 했다. 등장인물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카메라의 각도로 말해주는 것이다.

중국 화폐 10위엔에 그려져있는 아름다운 관광지 산샤(三峽)를 병풍처럼 두르고, 그 안에 아내를 찾아 헤매는 남자, 싸움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하는 젊은 청년, 산샤 개발지구 철거를 담당하는 사람들, 철거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 그리고 그 낯선곳을 관광삼아 들락거리는 외국인들. 지아 장커는 이렇게 우리 삶의 정물화를 그려냈다.

어느 감독이 인터뷰때 한 말이 생각난다. 어떤 낯선 이의 집에 갔을 때,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종이들이 흩어져있는 책상위를 보아을 때, 문득 그 장면이 정물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스틸 라이프>에서는 중간중간에 소제목들이 등장한다. 특정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등장하는 소품에 관한 제목들이다. '술, 담배, 차, 사탕'.. 남자들끼리 의사소통을 할 때, 아내가 남편을 그릴때, 어린 청년이 삼촌뻘 되는 사람에게 우정을 표시할 때,, 등등 인간의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이들은 지아 장커가 만든 '인생의 정물화'의 화룡점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by 풀빛소녀 | 2007/06/22 10:54 | MoVie ReView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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